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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말보다 온기가 먼저 전해지는 관계에 대하여말없이도 마음이 닿는 사람눈빛 하나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로 다 읽히는 사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렇구나" 하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말보다 먼저 마음이 가 닿는다.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관계침묵이 어색하지 않다는 건, 그 자체로 믿음이라는 걸 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나란히 앉아 있는 시간 속에서도 마음은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며, 서로의 온기로 하루를 덜 추운 날로 만든다.온기는 말보다 먼저 닿는다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는 건 등을 다독이는 손, 같이 있는 온기, 그리고 '괜찮아'라는 말 없이 전해지는 안심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관계는..

위로 2025.05.22

계절을 걷는 마음

봄은 가끔 늦게 온다다른 집 창에는 꽃이 폈는데우리 집 화분은 아직 잠잠했다.햇살도 같은데,바람도 똑같은데.처음엔 뭐가 잘못된 줄 알았다.물을 너무 줬나,덜 줬나,햇빛이 부족했나.하지만 어떤 날은그냥 늦게 피는 게 맞다는 걸배웠다.모든 꽃이 동시에 피는 건 아니니까.모든 마음이 동시에 괜찮아지지 않듯이.조금 늦는다고못 피는 건 아니니까.그래서 기다렸다.말도 없이, 기대도 없이.그러다 어느 날,새싹이 나왔다.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당연하게, 조용하게.나도 그렇게내 안의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누구보다 느리게 와도 괜찮은,그런 계절을 살아보기로.이시는 회복과 기다림, 혹은 나만의 계절이 시작되는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자연과 감정이 교차하는 시적 표현..

카테고리 없음 2025.05.21

무언가를 놓아주는 연습

집착의 끝에서 평온을 배우다잡고 있는 것이 꼭 소중한 건 아니니까오래 잡고 있던 것이 있다. 사람, 마음, 혹은 어떤 기억. 그게 습관이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손에서 놓는 법조차 잊었다. 꼭 쥐고 있는 게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무게에 지쳐가고 있었다.가끔은 손을 놓아야만 알게 되는 것들손을 놓아야 보인다. 내가 얼마나 움켜쥐고 있었는지, 그 안에 내가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를. 마음을 놓으니 숨이 트였다. 손을 놓으니 내 안의 여백이 생겼다.놓는다는 건 잃는 게 아니라놓는다고 다 잃는 건 아니더라. 오히려 더 많은 걸 채울 수 있는 준비가 된다는 뜻이었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 그건 철학이 아니라 진짜였다.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나는 여전히 연습 중이다완벽하게 놓을 수는 ..

위로 2025.05.20

촐랑이와 따꿍이, 오늘은 친구하기로

우리 형님네 강아지, 말랑이.그 촐싹거림이 어찌나 귀여운지나는 그냥 촐랑이라 부른다.우리 집 강아지는 따꿍이.막내가 강아지 키우게 되면꼭 지어주고 싶었던오래 간직한 그 이름.따꿍이 와 촐랑이,오늘은 내가 잠깐보모가 되어 함께 보기로 했다.하루도 아니고몇 시간이지만,두 녀석의 에너지는그 몇 시간이 적지 않다.과연, 내가감당할 수 있을까.서로 낯설고서로 궁금한 두 아이가티격태격하지 않기를.꼬리 흔들며잘 놀아주길 바란다.싸우지 말고,질투하지 말고,오늘 하루만큼은친구가 되어주기를.걱정은 잠시 접어두고,촐랑이와 따꿍이,우리 함께좋은 하루 만들어보자.

사랑 2025.05.20

"나도 아픕니다"

오늘만큼은, 나를 위로하고 싶다나는 왜 늘남을 먼저 위로할까.나도 아프고나도 힘든데.남의 눈물엔본능처럼 손이 먼저 가고,남의 고통엔내 마음부터 내어주곤 했다.항상 남을 생각하고,항상 남을 배려하고,항상,항상 나보다 먼저였다.이젠 수술을 앞두고,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도마음은 벌써먼 시골 고창에 가 있다.둘째 형님의 남편,그분의 부고 앞에서내 안의 ‘미안함’이허리를 숙인다.하지만 오늘만큼은,내가 먼저여야 한다.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누가 나를 지켜줄까.마음은 여전히 길 위에 있지만,몸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오늘만큼은,나를 위로하고 싶다.나도,참 많이 아팠으니까.

외로움 2025.05.20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면조금 더 나다운 얼굴이 나온다.카페에서 책을 읽다 말고길냥이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고,시장 구석에 앉아달콤한 귤 하나를 까먹는다.누가 묻지 않아서더 많이 말할 수 있다.“오늘은 아무 계획 없어.”그 한마디가 이토록 시원할 줄이야.사진도 찍지 않고지도도 보지 않고한참을 걷는다.발길 닿는 대로,기분 따라 틀어지는 방향.그게참 나 같아서 좋다.이름도 모르는 꽃 앞에서오래 멈춰도 괜찮은 여행,바쁘지 않아도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이런 날은내가 나를제일 잘 안아주는 날이다. 이 시는 혼자 하는 소박한 여행, 혹은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리는 기쁨을 다룬 밝은 산문시입니다.자유, 평화, 만족, 쉼의 감정이 들어 있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도 감성적으로 어울릴 스타일로 작성했습니다.

사랑 2025.05.19

우연히 들은 노래가 불러온 감정

불쑥, 한 소절에 담긴 나의 계절이 재생된다잊었다고 생각한 마음이 다시 흘러들 때카페 스피커에서 흐르던 익숙한 멜로디. 익숙하면서도 한참 동안 생각조차 못했던 노래였다. 가사 한 줄이 흘러나오자마자, 마음속 어디선가 멈춰 있던 시간이 서서히 풀려갔다.한때의 나, 그리고 그 사람그 노래를 자주 듣던 시절이 있었다. 밤늦게 전철역 계단을 내려오며, 서로의 손등을 꼭 잡고 있던 그 시절.너무도 사소했지만, 전부였던 순간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우리는 조금 서툴렀고, 그래서 더 진심이었다.감정은 늘 노래를 따라 돌아온다음악은 기억보다 정직하다. 내가 덮어두었다고 믿었던 마음을 노래는 한순간에 다시 꺼내 보여준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날의 나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위로가 있었구나 싶었다.조용한 회복의 시작커..

위로 2025.05.19

우울,번아웃,그리고 조용한 회복

식물처럼 천천히 며칠을 앓았다. 감기처럼 시작된 마음의 열이 이제는 이름도 모르게 내 안을 썩혔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조차 말이 되지 않을 만큼 그냥, 그냥이라는 말만 속에서 떠돌았다. 사람들은 괜찮냐고 묻지만 나는 점점 흙처럼 가라앉았고 숨은 차가운 물속에서 쉰 듯 무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 창가에 놓인 식물이 조용히 새 잎을 틔운 것을 봤다. 말도 없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시간이 흘렀다고 햇빛이 닿았다고 그저 그것만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물을 마시고 가끔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줬다. 무언가를 잘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아도 나는 지금 조금씩 식물처럼 천천히 살아내고 있다. 현대시의 흐름인 자기 고백적 서사와 감..

사랑 2025.05.18

문득 스쳐 지나간 손끝

아주 짧은 순간, 오래 남는 온기아무렇지도 않은 듯, 깊은 울림아주 짧은 순간이었다.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손끝이내 손등을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그 감각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바람처럼, 위로처럼바람일 수도 있었고,실수처럼 엉킨 동선일 수도 있었지만그 순간 나는누군가에게 온기라는 게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무심한 다정이 남긴 감정세상은 너무 빠르고 복잡해서사람을 밀치거나 스쳐 지나가도우리는 아무 감정을 품지 않는다.하지만 그날의 손끝은마치 “괜찮아,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그렇게나는 아직도 그 감각을 기억한다.이유 없이 위로받은 날이었고,말 한마디 없었지만 마음이 정리되던 오후였다.살다 보면 우연히 받는 다정이 있다.의도하지 않은 손끝의 접촉처럼,나도 누군가..

위로 2025.05.18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예전엔정말 많이 달렸다.무조건 앞만 보고,남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만 중요했던 시간. 무릎이 까져도기어이 일어났고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스스로를 다그쳤다."이 정도는 참아야지." 그렇게 달리고 나서어느 날 문득,내가 무엇을 향해 달렸는지도잊어버렸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조금씩 속도를 늦췄다.숨이 차면 멈추고길가의 풀잎을 들여다보기도 하고가끔은아무 이유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도 본다. 돌아보면그때 놓친 게 너무 많았다.사람도, 마음도, 나 자신도.무엇 하나 제대로 안아본 적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혼자 걷는 이 길이예전보다 덜 무섭다.외롭지만,내가 나를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넘어져도 괜찮다고,이제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사랑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