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
마음쉘터
2025. 5. 17. 21:23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
예전엔
정말 많이 달렸다.
무조건 앞만 보고,
남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만 중요했던 시간.
무릎이 까져도
기어이 일어났고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
그렇게 달리고 나서
어느 날 문득,
내가 무엇을 향해 달렸는지도
잊어버렸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숨이 차면 멈추고
길가의 풀잎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도 본다.
돌아보면
그때 놓친 게 너무 많았다.
사람도, 마음도, 나 자신도.
무엇 하나 제대로 안아본 적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 걷는 이 길이
예전보다 덜 무섭다.
외롭지만,
내가 나를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넘어져도 괜찮다고,
이제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